베를린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
모나 샤라프 에딘
2025년 5월 20일, 베를린에서 씀

     오늘은 5월 20일이다. 나는 지금 북쪽을 향한 내 아파트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정오 무렵 햇살이 가장 아름다울 때임에도, 베를린의 이 흔하고 비싼 원룸에서는 햇빛의 기운조차 느낄 수 없다. 겨울이 오면, 이곳에 산 지도 5년이 된다. 솔직히 말해서, 밝은 기회보다 어두운 날이 더 많은 이 도시에선 충분히 오래 머문 셈이다.

     이곳의 일상은 비슷비슷하다. 생계를 위한 파트타임 일자리, 중간에 커피 한 잔, 내 예술혼을 유지하기 위해 영화 한 편 보기, 언젠가 만들 장면들에 대해 글 쓰기, 휴대폰으로 몇 장의 사진 찍기 —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돈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오고 싶어 하는 이 도시에서 말이다.

     1년 내내 이 도시는 다양한 독립 전시나 기관 전시를 제공하며, 이는 예술가에게 많은 영감과 동기를 준다. 어떤 날들은 즐겁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온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커피는 어떻게 마시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듣는다. 종종 나는, 왜 나만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예술적 기회를 잡지 못하는지,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자문한다.

     한 번은 유명 브랜드의 후원을 받아 세계를 여행한 예술가의 초청 전시회에 다녀온 기억이 있다. 그들은 그 여정을 담은 멋진 순간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하나는 작품이 전시된 방식 때문이었는데 — 물론 이는 취향의 문제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니까. 또 하나는,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마치 자기 SNS용 포토 스팟처럼 활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작품의 구성이나 공예성을 무시한 채, 자신이 어떻게 잘 나오는지만 신경 쓰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론 이해한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쩌면 가장 슬픈 건 이것일지도 모른다. 예술가의 작품을 기록하는 대신 자신의 사진을 찍는 그 사람들에게 얻는 인정이, 결국 예술가에게 독립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노출의)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평범한 예술가들은 베를린 하위문화가 만들어낸 이른바 '예술 집단(art cult)'에 쉽게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여기서는 재능이 문제가 아닌 듯하다. 돈이나 배경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렇게 믿게 되었다 — 베를린에서의 '소속감'은 작업의 퀄리티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오히려 특정한 사회적 의식에 얼마나 유창하게 녹아드는지에 달려 있다. 누구를 아는지, 어떻게 입는지, 도시의 밤문화에 얼마나 적극적인지에 말이다.

     나는 이런 것들에 매우 서툴다. 아니, 사실 일부러 그러는 거다. 만약 성공이 특정한 사람들과의 연결, 특정한 미학에의 동화, 혹은 베를린의 밤문화와 그 속의 향락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나는 오히려 그 집단들에서 거리를 두고 싶다.

     아마도 나는 내 길을 좀 더 쉽게 만들어줄 기회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의식을 따르기로 결심하는 걸지도. 하지만 내게 그것은 곧 예술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 요소들은 단지 하나의 질문을 던질 뿐이다 — 얼마나 잘 너 자신을 숨기고, '베를린 이미지'라는 하나의 틀 안에 녹아들 수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왜 다른 도시 사람들이 베를린이라는 개념에 그토록 매혹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 이미지, 그 스타일, 그 신화. 어쩌면 이건 모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에서 생긴 열기이고, 자연스레 모든 눈에 닿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곳의 예술씬이 그것만으로 국한되진 않는다. 폐쇄적인 사회가 존재하는 만큼, 개성을 환영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많은 자발적 공동체들도 존재한다. 단지 그들을 찾고 접근하려면 아주 깊이 파고들어야 할 뿐이다.

     그러니 어쩌면, 베를린으로의 이주는 '도시'나 '성공한 예술가'가 되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이곳은 내가 무대 뒤를 들여다보고, 어떻게 내 커리어와 이야기를 쌓아갈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 장소였다. 결국 예술은 거울로 남는다. 단지 사회를 비추는 것뿐만 아니라, 독창성과 반복을 함께 보여주는 그런 거울로 말이다.

Life as an Artist in Berlin
Mona Charaf Eddine

written on 20th May 2025, Berlin

Today is the 20th of May. I am writing this from my apartment, which faces the north side, so even though the sun is in its most beautiful form during midday, I can’t catch the idea of sunlight in my typical and overpriced one-bedroom apartment in Berlin. In winter, I will have been here for five years. Honestly, enough time spent in a city that offers more dark days than bright opportunities.

Days here look similar. Part-time jobs to survive, in between a coffee, watching a movie to keep my art spirit alive, writing on eventual scenes to create, taking a few photographs with my phone - but most importantly, saving all the money I can to escape the city everybody so dearly wants to visit.

All around the year, the city offers great independent or institutional exhibitions that can broaden one’s inspirations and ambitions. I enjoy some days here. I get to meet interesting people from all over the world and listen to how they got here, how they like to drink their coffee, what they do for work. Oftentimes, I wonder what I am lacking in terms of art career, to not catch the same opportunities as others here have.

I remember being invited to an invite-only exhibition by an artist who had travelled the world, sponsored by a major brand, now showcasing all the great moments they had captured along the way. I was truly shocked. On one hand, by how the artworks were presented — but that’s a matter of taste; everyone values different things. On the other hand, I was struck by how people used the exhibition as a gateway for their own social media performance, posing in front of the artist’s work while ignoring its composition and craft, just to look as good as possible for their own moment of gaze.

I understand, we live in a time of Instagram. And maybe the saddest part is this: the recognition those people receive by taking their pictures, instead of documenting the artist’s work, might actually give the artist the exposure they need to thrive in their independent career.

I think the reality is that ordinary artists can’t grasp the idea of joining the so-called art cults Berlin’s subculture has formed. Maybe it’s not about talent here. I don’t think it’s about money or background either. After all these years, I’ve come to believe that belonging in Berlin isn’t measured by your work, but by how fluently you move through certain social rituals — who you know, how you dress, how present you are in the city’s nightlife. And I might just be really bad at this. But luckily, by choice. If success depends on being embedded in this scene — on knowing the right people, blending into certain aesthetics, or aligning with Berlin’s nightlife and its substances — then I’d rather keep my distance and stay out of those cults.

Probably I am missing out on opportunities that could make my path easier, and this is also why others decide to just blend in and follow those kinds of rituals. But to me, this would be the death of art. Those factors just indicate one thing; how good can you hide your authentic identity to blend into the one image necessary to obtain the typical Berlin image?

It made me understand why people from other cities are so fascinated by the idea of Berlin. The image, the style, the myth. Probably this is just the steam created from the necessity to be part of something, and it naturally reaches every eye.

But one good thing is, the art scene is not limited here. So just as the closed society exists, there are many self-organised communities who embrace individuality and give room to people who remained unheard. You just need to dig really deep to find them and get access.

So maybe moving to Berlin was not so much about the city or becoming a successful artist here. In retrospect, it was a place that gave me the space to look behind the scenes and choose how I want to build my career and stories. After all, art remains a mirror, reflecting not just the society, but the originality and repet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