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 아트페어는 10주년을 맞아 뉴스레터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소식과 작품을 콘텐츠로 만들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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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작가는 2020년 브리즈 프라이즈(NEW)를 수상한 젊은 작가입니다.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던 작가는 올해부터 울산 북구예술창작소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달 정원 작가가 울산에서 보내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2023 브리즈 아트페어 NEW 부문에 참여하는 정원 작가의 작품도 미리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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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작가의 울산 체류기 :
7월 이야기 <시아노타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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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7월이 지나갔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던 비는 사라지고 뜨거운 햇빛이 빨래들을 바싹 말린다. 옥상의 작은 화분에 무심코 뿌려 뒀던 이름 모를 씨앗은 장마가 끝나고 해가 드리우니 이파리가 엄지만 하게 커져 바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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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지금까지 모았던 부산물들을 모아 '시아노타입' 작업을 진행했다. 시아노타입은 청사진이라는 말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건축이나 기계를 설계하는 도면에 많이 사용되었고 이 때문에 ‘청사진을 그려본다.’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과정을 간단히 말하면 철 성분의 용액과 알칼리 성분의 용액을 섞어 종이나 천에 도포하고 일정 시간 자외선에 노출시키면 빛이 닿은 부분은 화학작용으로 인해 푸른빛이 생겨나고 닿지 않은 부분은 작용이 발생하지 않아 용액들이 그대로 물에 씻겨져 나가 종이가 하얗게 그대로 남아 완성이 된다.
시아노타입은 빛에 감광될 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연 초록빛 용액을 바른 종이 위에 바다에서 가져온 것들을 올린다. 바다의 부산물과 그들의 그림자 이외에는 빠르게 푸른빛으로 변한다. 그렇게 빛에 계속 노출이 되면 푸른빛이 점차 잿빛으로 변하고 감광이 이뤄진다. 이렇게 글로 써 놓으면 간단한 방법 같지만 자연에서 감광에 필요한 빛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맞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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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이나 비슷했겠지만 울산의 7월은 거의 매일 흐리거나 비가 추적추적 왔다. 재료를 들고 옥상에 가서 감광을 시작하면 구름이 슥 내려와 햇빛을 가렸다. 아주 옅은 그림자에도 감광이 되지 않고 옅푸른색만 남겨지게 되었다. 매일 눈을 뜨고 하늘을 먼저 확인하는 하루하루였다. 날씨가 좋다면 다음으로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지만 해는 매일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다양한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1시에 하는 시아노타입은 이미지가 선명하다. 그만큼 종이 위에 올라간 것의 밑면만을 담아내서 어떤 부산물인지 더 알 수 없게 하기도 한다. 3시의 시아노타입은 짧게 생긴 그림자가 부산물의 형태를 더 감각할 수 있게 한다. 조각난 유리나 불투명한 플라스틱을 감광하면 투명과 불투명 사이에 그림자가 그 형태를 추측하게 한다. 5시의 시아노타입은 형태와 그림자가 뒤섞여 부산물의 모습을 일렁이게 보여준다. 옅고 넓은 그림자 사이에 부산물들의 형태가 보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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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온 기록-뒤엉킨 타래들과 작은 유리 조각, 273x195cm, 시아노타입,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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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를 하다 보면 날씨에 민감하게 된다. 너무 습한 날에는 석판에 스컴이 일어나 작업이 어렵고 너무 더운 날에는 잉크들이 다 물러지고 추운 날에는 꾸덕하게 굳어 한참을 풀어줘야 한다. 그럴 때마다 자연과 작업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시아노타입에서는 자연의 틈에 끼어 잠시 작업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와 시간을 매 순간 감각하면서 바닷가에서 수집한 재료들로 작업을 만드는 과정, 그 결과로 나오는 푸른 작업은 잠시 바다를 빌려온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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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브리즈 아트페어에서 정원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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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55'58.8E (4/10), 55.5x78cm, 판화지에 엣칭,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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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30x30cm, 판화지에 엣칭,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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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산, 38x45cm, 장지에 화선지 꼴라쥬, 채색, 향, 라이터, 2022, 정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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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drawing-west, 89.4x130.3cm, 캔버스에 연필, 아크릴물감, 색연필, 흑연, 토너, 2020, 허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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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from Pluto , 59x89 cm , Archival German Etching Print, Medium format digital, alternative color film process, painting, telescope image, 2021, 민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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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artfairbreezeartfai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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