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 아트페어는 10주년을 맞아 뉴스레터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소식과 작품을 콘텐츠로 만들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정원 작가, 울산에 가다
정원 작가는 2020년 브리즈 프라이즈(NEW)를 수상한 젊은 작가입니다.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던 작가는 올해부터 울산 북구예술창작소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달 정원 작가가 울산에서 보내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정원 작가의 울산 체류기:
8월 이야기 <어디에서 왔을까>
8월은 아직 여름인가 하다가도 밤이 되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계절이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여름이 아직 지나가지 않은 8월 초 울산의 회야댐 생태습지 탐방을 다녀왔다. 1년 중 7월~8월, 한 달 정도만 개방되는 곳으로 상수원 내의 습지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차를 타고 나무로 둘러싸인 길을 지나 굽이굽이 들어가면 입구가 나오고 30~4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습지가 나온다. 회야댐은 원래 ‘중리’로 불리던 마을로 울산의 공업발전으로 인해 필요한 공업용수를 받기 위해 수몰된 곳이다. 습지로 가는 길목에 집터와 우물이 있고 시골집에서 많이 심는 감나무나 뒤뜰의 대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것을 보고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족이나 조상들의 묘가 남아있어 중리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종종 들어와서 차례를 지낸다고 했다. 도착한 습지는 자연보존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공원 같은 모습이었다. 울산에는 중리같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온산공단은 원래 목도마을도 공업용지로 사용되기 위해 매립되어야 했고 현재 공단 사이에 천연기념물인 목도만 고요히 남아있다.
예술창작소 소금나루 옥상에서 촬영한 현대자동차 공장
울산에는 현대자동차 공장 이외에도 수많은 공장들이 있다. 화학, 우유, 식료품 등등 먹고 사용하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공장들이다. 서울에서 물건을 사용할 때는 이들의 시작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울산에 와서는 꺼지지 않는 공장의 불빛과 매일 나오는 하얀 굴뚝 연기를 작업실에서 바라보면 내가 지금 사용하고 먹는 것들이 눈앞의 공장처럼 어딘가에서 만들어져 나에게 도착한 것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이 물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만들어졌으며 이것도 도착하기 위해 얼마나 긴 과정을 거쳤을까.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울산의 모습은 작업 과정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장생포항
하고자 하는 작품이 결정되었을 때 작업을 위해 어떤 재료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재료에 대한 고민 단계는 수많은 질문을 낳는다. 선택한 재료는 어디서 왔을까. 이 재료를 사용해도 자연에 무해한가. 스스로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여 사용하지 못하는 재료도 있지만 가장 적합하고 무해한 재료를 사용하려고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최소한으로 만들어 진행한다. 이전보다 더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지만 개인의 노력에 따라 작업 폐기물과 전시 폐기물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개인이 텀블러를 쓰거나 자원을 절약을 한다고 해서 지구가 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스스로 시도하고 실천해 봐야 그들에게 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사용하고 편리하기 위해 만든 것 때문에 자연은 물론이고 인간의 공간 또한 상실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