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 아트페어는 뉴스레터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소식과 작품을 콘텐츠로 만들어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정원 작가, 울산에 가다
정원 작가는 2020년 브리즈 프라이즈(NEW)를 수상한 젊은 작가입니다.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던 작가는 올해부터 울산 북구예술창작소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달 정원 작가가 울산에서 보내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정원 작가의 울산 체류기:
9월 이야기 <잠시 빌려온 부산물>
가을이 왔다. 하루 이틀 사이로 밤바람이 차가워졌다. 울산에서의 시간도 조금씩 마지막에 다다르고 있으며 9월부터 레지던시에 작가님들이 릴레이로 전시를 진행중이다. 나는 10월말 전시를 위해 매주 바닷가에 가서 어딘 가에서 밀려온 것을 수집하고 있다. 작업의 과정은 바닷가에서 미역을 말리는 어부들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닷가를 거닌다.
눈에 걸리는 부산물들을 수집한다. 주로 무엇인지 모르겠는 형태를 가진 것을 중심으로 줍는다. 봉투를 2개 준비하여 하나는 작업에 사용할 부산물을 다른 하나는 쓰레기를 수집한다. 두개의 구분은 형태의 구체성이 얼마나 떨어지냐에 따라 작업물이 되고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작업실로 돌아온다. 하루정도 비닐 위에 펼쳐 이들을 살핀다. 간혹 가다 바다에서 쓸려온 이름모를 생물들이 있다.
물에 우뭇가사리와 감자 전분을 넣고 뭉큰하게 끓인다. 이 둘의 비율에 따라 바싹 마르거나 촉촉하고 유연한 결과물이 나온다. (간혹 시작부터 부산물과 한데 뒤섞어 끓이기도 한다)
몸체가 되는 끈적한 덩어리에 바닷가에서 나온 부산물을 뒤섞는다.
우뭇가사리와 감자전분 그리고 부산물이 뒤섞인 불투명한 덩어리를 얇게 펼친다. 끈적하고 3-4cm 두께를 가진 납작한 덩어리를 말린다. 표면이 탱탱하게 굳고 바깥부분이 바싹 굳으면 천천히 비닐에서 때어낸다. 오징어나 명태를 말리듯 바람이 잘 부는 곳에 두고 썩지 않도록 뒤집어 가며 말린다. 아주 가끔 날아오는 작은 생명체들을 열심히 쫓아낸다.
완전한 건조가 되기 전 약간은 차갑고 축축한, 마치 거대한 생물의 피부 같은 납작한 덩어리를 들고 만들고자 하는 구조물 틀 위에 올린다.
피부를 이식 하듯 틀 위에 차곡차곡 쌓고 겹치면 점점 납작해지고 바싹 말라 뒤틀리며 형태를 찾는다.
불투명했던 몸체는 수분이 증발됨에 따라 점차 투명해지고 생물의 껍질 같은 형태가 되어 바다의 부산물을 더 선명히 보여준다. 작은 모래 바다의 먼지 하나하나 투명한 막 안에 멈춰져 지도처럼 펼쳐진다.
건조중인 작업물 일부
이 작업을 할 때는 작업실 안에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첫 번째 사진은 얇게 펼쳐져 얇고 미끄덩한 상태일때 작품의 모습이고 두 번째 사진은 건조 후이 바닷가에 작품을 데려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