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 아트페어는 뉴스레터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소식과 작품을 콘텐츠로 만들어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정원 작가, 울산에 가다
정원 작가는 2020년 브리즈 프라이즈(NEW)를 수상한 젊은 작가입니다.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던 작가는 올해부터 울산 북구예술창작소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매달 정원 작가가 울산에서 보내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정원 작가의 울산 체류기:
10월 이야기 <울산에서 전시를 하다>
10월의 울산은 뜨거운 여름이 가고 하나 둘 긴 팔을 꺼내 입으며 올해가 가는 것을 실감했던 달이다. 바닷가를 메우던 텐트들이 사라지고 언제 있었냐는 듯쓰레기도 사라져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농번기의 농부처럼 2월부터 고민하고 실험했던 차곡차곡 쌓인 작업을 하나 둘풀어냈다. 그동안 울산에서 고민했던결과물을 추수했고10월 울산에서첫 전시를 열었다.
6월 중순쯤 Sywisy에서 전시 제안서를 받았다. 함께 책 모임을 하는 곽은지 작가[4]님과 서로의 작업이나 연구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 과정을 전시와 책으로 풀어내는 기획이었다. 작가와 서로 작업 주제나 연구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매우 적다. 반가운 제안이었고 6월 말부터은지 작가님과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일상의 사소한 질문과 작품의 주제에 대한 대화와 작업 과정에서 발생되는 고민을 나눴다. 그리고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더 나아가 작가로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작업을 하는가 하는 원론적인 질문까지 현재에 활동하는예술가로서 나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서로 질문을 나누기도 했다.
곽은지・정원 《옅은 두께 만지기》[5]는 메일에서 이야기를 나눈 서로의 주제에 대한 작품을 전시한다. 메일로 소통하며 은지 작가님과 나는평면작업을 하지만 그 안에서 각자의 납작한 두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은지 작가님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쌓으며 두께를 만들어 내고 나는 부식된 판을 종이에 찍어 종이를 움푹 패게 하거나 흉터같이 튀어나오게 한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한 명은 쌓아 올리고 한 명은 깎아내며 작업을 하고 전시를 했다.
작품을 따라 들어가면 전시장의가장 안쪽 공간에 하얀 기둥과 둥그런 테이블이 있다. 둥그런 테이블은 나의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시한 테이블이다. 영감을 받은 조각부터 시작하여 부식된 동판 샘플과 판이 떠지는 중간단계 샘플을최종 결과물로전시하여 작업 진행 과정을 보여주는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의 가운데 하얀 기둥의 뒷면에는 곽은지 작가의 작업 샘플이 보인다. 작업에서 사용되는 미디엄의 두께에 따른 투명도,경도를 기록한 샘플, 과 작품에 사용되는 물감이 섞이는 매체에 따른 색감 차를 알기 위한 수많은 샘플들이 기둥을 따라천장까지 나열되어 있다.
작품과 함께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나누었던 고민과 대화를 묶어낸 책이 전시된다. 전시장 한편에는 시간의 순서에 따라 작은 천공카드가 걸려있다. 천공카드는 일종의 말풍선처럼 메일에서 발췌된 서로의 문장을 담고 있고 문장의 중간중간 동그란 구멍들은 대화 내용을 유추하기 어렵게 만들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두 작가의 소통을 통해 보이는 다르지만 또 같은 부분을 찾으며 평면이 가지고 있는 얇지만 분명한 두께를 감각할 수 있는 전시였다.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전시를 준비하며 전시를 만들어 주신 김아해 작가님과작업의 과정을 함께 항해해 준곽은지 작가님에게 매 순간 감사했다. 작가로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기회는 매우 적다. 작가가 아닌 개인으로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