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 아트페어는 뉴스레터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소식과 작품을 콘텐츠로 만들어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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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작가는 2020년 브리즈 프라이즈(NEW)를 수상한 젊은 작가입니다.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던 작가는 올해부터 울산 북구예술창작소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1월 이야기는 정원 작가가 울산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며 보내온 마지막 에세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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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작가의 울산 체류기 :
11월 이야기 <정원의 울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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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을 쓰기 전에 레지던시가 있는 동네를 한번 돌아봤다. 면접을 보는 날이 나에게는 처음으로 울산에 방문한 날이었다. 1월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지만 봄이 오듯 따듯했고 골목골목 사이에는 고양이들이 늘어져 자고 있었다. 너무 고요해서 사람이 사는 동네일까 생각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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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의 시간이 지나 다시 걸어본 이곳은 사람이 가득한 곳이다. 마을 곳곳의 평대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계시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각자의 시간에 출퇴근하는 공장 근로자분들이 동네를 북적이게 한다. 화요일마다 열리는 작은 장에는 없는 것이 없고 바닷가로 나가면 크고 작은 배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육지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이곳은 끄트머리이지만 바다와 만나는 시작점이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공장 시설이 가득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없어서는 안되는 장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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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부표의 도착일지, 99x78cm, 석판화, 2023 | 날아가는 돗자리 비닐의 도착일지, 99x73cm, 석판화,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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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바닷가를 걷다 보면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바닷가는 육지와 바다의 경계이자 이들이 만나는 공간이다. 어디든 속하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 공간에는 모호한 것들이 가득하다. 바다의 길을 안내하던 부표는 상실됨과 동시에 그저 바다의 쓰레기가 된다. 푸른 바다를 보기 위해 놀러 온 사람들은 온갖 흔적을 가득 남겨 바다를 오염시킨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을 땅으로 삼아 달라붙어 자란다. 인간을 위해 하는 일들이 인간에게 위해를 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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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_00_부표되어보기 시리즈, 50x50x50cm, 해조, 넓패, 폐천막, 모래, 우뭇가사리, 감자전분,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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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고-밀려나는 그곳 전시전경≫,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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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의 마지막 전시는 바닷가에서 발견한 밀려오고-밀려가는 모습들을 풀어냈다. 그곳에서 수집한 모호한 풍경과 크고 작은 부산물로 바닷가를 이야기한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밀려나 서로의 끝이 만나는 경계의 공간을 전시장으로 옮기고자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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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표피와 구멍 난 섬, 90x154cm, 우뭇가사리와 감자전분에 바닷가에서 수집한 부산물,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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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한 부산물을 끈적한 우뭇가사리 덩어리와 한 대 섞어 얇게 펼친다. 바닷가의 먼지, 모래, 작은 새우 껍질로부터 스티로폼, 본래의 형태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 낡은 코팅 장갑, 푸르고 널따란 해조들이 섞여 있다. 불투명하고 끈적한 덩어리를 얇게 펼친다. 축축한 피부 같은 이것은 건조되며 수축하고 형태가 뒤틀린다. 불투명했던 막은 숨겨진 기포가 보일 만큼 얇고 투명해진다. 이를 둥그런 구의 형태로 만들어 수축되며 변화하는 형태를 통해 바다 위 상실된 부표 말한다. 얽기 설기 이어서 구멍 난 섬의 형태를 만들어 불완전한 형태를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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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친구들, 바닷가에서 수집한 부산물, 가변설치, 2023.02-202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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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부산물이 파도에 따라 바다와 육지 사이를 맴돌다 바닷가에 도착하여 수집되는 과정은 존재했지만 바깥으로 밀려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인지하게 되는 과정과 같다. 나와 타자, 육지와 바다, 인간과 자연같이 서로 다른 것이 잊고 있던 자신의 바깥과 경계를 인식하고 마주 보기를 바라며 전시를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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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의 생활은 잊혔던 나의 바깥을 살펴보게 했다. 잊고 있던 작은 부분들을 살펴보며 이들을 단서 삼아 다시 나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매달 울산의 생활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 달을 되돌아보며 이번 달을 후회하기도 하고 다음 달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 글이 어떻게 읽힐지 생각하기 보다 진솔한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모호한 울산의 매력을 알았으면 했고 일상에서는 조금 멀지만 너무나 소중한 바다의 일을 알았으면 했다. 2월부터 나의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며 나의 삶에서 바깥으로 밀려난 것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스스로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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